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상처를 하나쯤은 품고 살아갑니다. 그 상처가 크든 작든 가볍든 무겁든 그 존재는 우리 삶의 크고 작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넷플릭스 영화 릴리와 찌르레기는 주인공 릴리와 그의 남편 잭이 같은 사건 속에서 얻은 상처를 각자의 방법으로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1. 릴리와 잭의 행복했던 삶
영화 초반부에서는 주인공 릴리와 잭 부부의 행복한 시절이 먼저 나옵니다.
릴리와 잭은 함께 방을 꾸미고 있는데요 방의 벽지 색깔이나 함께 그리는 그림들을 보면 아마도 아기를 위한 방인 것 같습니다.
2. 릴리와 잭의 현실
하지만 릴리와 잭 부부의 현실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릴리는 마트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멍해질 때가 많고 일이 끝나면 일주일에 몇 번 2시간 거리에 있는 정신병원으로 남편인 잭을 만나러 갑니다.
사실 릴리와 잭은 귀여운 아기 케이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케이티를 잃게되고 그때부터 행복은 깨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릴리의 남편인 잭이 자살시도를 하게 되고 그 모습을 릴리가 목격해 잭을 정신병원으로 보내게 된 것입니다.
잭은 그날로부터 상실의 아픔과 우울감에 잠식되어 괴로움으로 삶을 채워버렸습니다.
부모로서 같은 아픔을 겪었지만 릴리는 사회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살아가기 위해 일도 하고 일상을 영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릴리도 내면의 상처와 고통을 외면하고 있을 뿐입니다.
3. 릴리의 텃밭에 날아든 찌르레기
릴리는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마음먹고 집 앞 텃밭을 일구기 시작합니다.
관리를 하지 않고 내버려 두어 황량해진 텃밭에 잔뜩 생긴 잡초를 뽑고 돌을 고르고 새로운 모종을 심으며 열심이던 찰나 찌르레기 한 마리가 릴리에게 돌진합니다.
찌르레기의 공격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되자 릴리는 상처를 입게 되고 남편과의 면회에서는 다툼만 일어날 뿐입니다.
매번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찌르레기를 없애버리기 위해 릴리는 마당에 덫을 놓게 되고 찌르레기 한 마리가 결국 죽게 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무 위에 찌르레기의 둥지가 있었고 그 안에는 아기 찌르레기들이 있었습니다.
찌르레기 부부는 자신의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영역에 침범한 릴리를 공격한 것이었죠.
상처 입은 나머지 한 마리의 찌르레기를 살리기 위해 밤새 노력하는 릴리.
4.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하는 릴리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릴리를 보고 병원 관계자가 과거 심리 전문 상담사였던 래리를 소개해줍니다.
릴리는 상담사가 필요 없다고 하지만 찌르레기로 인한 상처도 치유할 겸 래리를 만나게 됩니다.
래리는 현재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를 하고 있는데 릴리의 이야기를 듣고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조금씩 조언을 해줍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릴리도 조금씩 자기 마음속에 있는 상처를 바라보게 되고 래리의 조언에 따라 케이티의 물건들을 눈물을 머금고 정리해봅니다.
한편 잭은 정신병원에서 주는 약을 몰래 모아 다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하지만 릴리를 떠올리며 그만둡니다.
5. 희미하지만 조금씩 보이는 희망의 빛줄기
다시 살아야 한다면 릴리와 서로 의지하며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 잭은 릴리와 화해하게 되고 스스로의 아픔을 바라볼 수 있게 된 릴리도 잭의 마음을 받아줍니다.
큰 아픔을 겪었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더 길기에 희미한 빛이 비치는 그들의 미래가 지금보다는 행복할 것 같습니다.
6. 개인적인 감상평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아픔이 얼마나 큰지 감히 다 알 수는 없지만 같은 아픔을 받아들이는 각자의 방식이 너무 달라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주게 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저는 릴리의 마음에 공감이 갔습니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게 맞고 세 가족 중 케이티는 갔지만 아직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가족이 한 명 남아있는데 그 사람을 혼자 두고 떠나려던 잭이 개인적으로 너무 야속하게 느껴졌습니다.
릴리는 케이티를 잃고 대형마트에서 일을 하지만 항상 되게 일찍 끝나서 해가 쨍할 때 집으로 와서 뭔가를 계획하고 텃밭도 일구고 남편 정신병원도 찾아가는 모습이 한국과는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세한 릴리의 재정적 상황은 나오지 않았지만 영화에 나온 단면만을 봤을 때는 남편 병원비와 생활비 등 생계 걱정도 없고 직장도 일찍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슬픔을 제대로 느낄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현실에는 많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사고 이후 사람의 감정에 대한 케어가 좀 더 세심하게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댓글